일단 성당 예식을 하기로 마음먹고 서울 내의 다양한 성당을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성전의 분위기와 위치, 규모 등을 위주로 추려보았는데, 가장 유명한 명동성당은 대성전의 수용 인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제외했고, 예쁘기로 유명한 약현성당의 경우 내부 분위기는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교통편이나 주변 환경, 성당으로 가는 길이 별로라고 느껴져 제외했습니다.
그 외에 저와 인연이 있는 압구정성당도 고려했고 논현2동성당, 역삼동성당, 프란치스코회관 등 여러 군데를 후보에 올려놓고 있었는데, 가회동성당이 그중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안국역에서 조금 걸어가야 하지만 교통편도 나쁘지 않고, 동네의 분위기도 차분해서 좋았고요, 무엇보다 한옥과 함께 어우러진 성당의 모습에 마음을 뺏겼어요. 워낙 혼배미사로 인기 많은 성당이라서 추첨에 성공하면 여기로 하고 아니면 압구정성당으로 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원하는 날짜 선택이 가능해서 가회동성당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가본 성당들을 대략 이야기해보자면, 압구정성당은 무엇보다 위치가 장점인 듯합니다. 지하철역과 아주 가까워서 역세권이라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고, 주차장도 넓은 편이었습니다.
내부 성전도 규모가 꽤 크고 스테인드글라스가 예뻤어요.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라기보다는 따뜻하고 클래식한 느낌이라, 저는 성당 예식의 매력 측면에서는 굉장히 매력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란치스코회관은 정동길에 위치해서 조금 걸어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서울 시내이기 때문에 하객들 오시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았고 벙커 형태의 성전이 굉장히 유니크했습니다. 조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한 것 같아요. 주차장이 크지는 않고 기계식 주차로 되어 있었고,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조금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삼동 성당은 지인 결혼식으로 방문했었는데, 모든 면에서 빠지는 부분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돼요. 주차도 편하고 교통도 좋고 수용 인원도 적당히 넉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부 성전뿐 아니라 사진 찍는 야외 공간도 예뻐서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예약실 응대는?
방문했던 성당 중 가장 친절하셨습니다. 다른 곳은 슬쩍 보고 오거나 문만 열고 들어가서 알아서 구경하고 나오는 식으로 했는데 유일하게 가회동성당에서 직원분이 여러 가지 설명해주시면서 투어를 진행해주셨어요.
성당의 설계도 혼배미사를 고려해서 설계하셨다고 하시는데, 그래서 그런지 직원분도 유독 혼배미사 관련해서 친절하신 느낌이었습니다. 결혼식과 관련된 장소 – 신부대기실, 피로연장, 대성전 – 모두 보여주시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날짜 추첨 당일에도 체계적으로 모든 절차를 진행해주셔서 혼란 없이 진행된 것 같고요.
성당 예식 특성상 업체들이 많이 지정되어있는데, 날짜 추첨하는 날 꽃장식업체, 본식스냅업체, 뷔페 업체에서 다 나오셔서 간단한 상담을 받아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성당의 분위기나 동네 분위기, 외관 모두 가회동 성당이 마음에 들었는데,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렸던 점은 바로 위치였어요. 집과 상당히 멀뿐만 아니라 지하철역에서는 느린 걸음으로 약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는 점이 있어서, 날씨가 좋을 때에는 별로 상관없겠지만 2월이라 갑자기 춥거나 눈이라도 오면 어떨지 예상이 안됐거든요. 마을버스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장 리스크라고 생각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곳은 압구정 성당이었는데, 예전에 압구정성당에 다닌 적도 있고 인연이 깊은 곳이라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어요. 성당 내부도 예쁘고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 아주 큰 메리트였습니다.
위에도 적었지만 정말 지하철역 출구에서 5분도 안 걸리는 위치에 있어요. 주차장도 여유 있어서 하객 접근성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후보였습니다. 가회동성당은 추첨제였기 때문에 일단 원하는 날에 추첨이 안 될 수도 있어서 추첨이 안 되면 고민 없이 압구정 성당에서 하자! 라고 생각했는데 추첨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성공해버려서 가회동 성당으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사실 내부 인테리어 측면에서 제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성당은 약현성당이었어요. 클래식한 내부에 엄청나게 예쁜 스테인드글라스까지. 처음 내부 사진을 보자마자 와 나는 진짜 여기에서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오는 길이 힘들면 내부가 아무리 예뻐도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약현을 제외하고 나니, 비슷한 매력은 아니지만 또 특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가회동 성당이 바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가회동 성당을 선택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아무래도 마당에 있는 한옥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한옥 웨딩을 알아보다가 도저히 한옥 웨딩베뉴는 수용 인원이 적어 할만한 곳이 없었는데, 그런 로망까지 채워줄 수 있는 성당이라니! 정말 완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성당을 설계하신 신부님이 처음부터 혼배미사를 염두에 두시고, 동선도 불편하지 않도록 고려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성당 중에서는 제일이 아닌가라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가회동성당은 사진만 봐도 느껴지시겠지만 정말 고즈넉한 곳이에요. 한옥이 그 매력을 배가시켜주고요. 성전 또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가회동성당이 인기가 많은 이유 중에 하나가 한옥 마루에 신부대기실을 꾸밀 수 있다는 점인데, 저도 그 분위기에 반하긴 했지만 사실 2월이라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가회동성당 추첨 갔을 때도 그렇고 모두가 다 그거 때문에 오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하는데, 저는 일단은 마음을 놨습니다.
그래도 내부 신부대기실도 하얗게 깔끔해서 다른 곳에비해 별로라거나 하지도 않았어요. 피로연장도 널찍하고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하객 모두 불편함 없이 결혼식을 즐기고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당 예식을 염두에 두고 계신 분이라면 가회동성당은 꼭 한 번 방문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가봤다고 잘 아는 사람도 있고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어서, 후보지로라도 꼭 한 번 올렸으면 하는 좋은 곳입니다. 가회동성당 강추입니다!